수술 전 금식 하는 이유

수술 전 금식은 모든 외과적 처치의 기본이다.

“수술 전날 자정부터 금식하세요”라는 말은
병원에서 너무나 흔히 들리는 안내지만, 그 안에는
생리학적, 의학적, 실제적 이유가 모두 얽혀 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마취에 있다.

전신마취를 하게 되면 인체는 의식뿐 아니라
삼키는 반사, 기침 반사 등 기도 보호 기능까지 잃는다.

이때 위에 남아 있던 음식물이나 액체가
식도를 역류해 기도로 들어가면 ‘흡인성 폐렴’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기침으로 끝나지 않고, 기관지 염증, 폐렴, 심하면 폐부종, 호흡 부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으며
실제로 매년 이로 인한 마취 사고가
전 세계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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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취과학회나 미국마취학회(ASA) 모두
이를 예방하기 위해 수술 최소 6~8시간 전부터
금식을 권장하며, 최근에는 수술 전 2시간까지
맑은 물이나 이온음료 정도는 허용하는
유연한 지침도 병원마다 도입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위에 음식이 남아 있으면 안 되니까”라는 수준으로 금식을 설명하면, 환자 입장에서는 지침을
가볍게 여길 수밖에 없다.

특히 부분마취나 수면마취인 경우
“어차피 의식 있는데 왜 굶어야 하죠?“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문제는, 어떤 수술이든 응급 상황이나
출혈, 의식 소실 등으로 인해 예기치 않게
전신마취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 내용물이 남아 있었다면
응급 intubation(기관삽관) 과정에서 흡인 사고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마취는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를
전제로 준비하는 의학 행위이며, 금식은
그 시나리오를 원천 차단하는 최소한의 보험이다.

이런 이유로 일부 병원에서는 수술 전날 자정부터는
음식뿐 아니라 물, 껌, 담배까지 금지한다.

껌을 씹는 것만으로도 위산 분비가 촉진되고
소화관이 작동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담배는 위장 운동을 자극하며, 물도 다량 섭취하면
위에 정체되어 위험할 수 있다.

특히 당뇨병 환자의 경우 금식이
혈당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혈당 조절과
인슐린 투여 시간까지 정밀하게 조율되어야 하며
장기 이식이나 복강경 수술처럼 장내를
비워야 하는 수술은 금식이 아니라 ‘금식+장세척’이
병행된다.

또한 소아의 경우 체액 소실에 민감하기 때문에
과도한 금식을 피하고, 2시간 전까지
맑은 수분 섭취를 허용하는 최신 가이드라인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수술 전 금식을 지키지 않아
수술이 취소되는 사례도 많다.

예를 들어 새벽에 물 한 모금 마신 사실을 숨기고
수술에 들어갔다가, 마취 유도 중 역류 증세가 나타나
수술이 전면 연기된 사례가 있다.

반대로, 금식을 철저히 지켰음에도
장운동이 느린 환자에게는 응급 시 역류 위험이
여전히 존재하기도 한다.

결국 금식은 ‘최대한의 예방’이지 절대적인 방패는
아니며, 그래서 더더욱 철저히 지켜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수술 전 금식은 단순한 절차가 아닌
마취의 안전성과 수술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위다.

금식 여부는 생리적 소화 작용, 위 배출 속도, 환자의 약물 복용 여부, 체질량지수, 나이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맞춤형으로 결정돼야 하며, 의료진은 이를 충분히 설명하고 환자는 지침을 정확히 따를 책임이 있다.

음식은 몸에 들어오는 것이지만, 수술 중에는
위험이 되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수술 전 금식은
단지 ‘먹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살기 위한 준비다.